어떤 일이든 못 하면 하기 싫고, 어렵고, 지칩니다. 제가 올해 들어 아주 잠깐 테니스를 취미로 가져보고자 레슨을 다녔는데요, 저는 즐겁게 오래 할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등록한건데 선생님이 자꾸만 저에게 폼이 안 예쁘고 스텝이 맞지 않고 등등 계속된 크리틱을 하셨어요. 물론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서 그러한 점들을 수용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 마땅하나 역설적으로 그러면서 저는 테니스가 재밌다, 하고 싶다는 동기가 사라졌고 레슨을 중단했습니다.(내년에 따뜻해지면 또 다닐지는 모르겠지만요)
생각해보니 처음에 개발이라는게 저에게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국비교육학원에서 자바개발자양성코스를 다녔는데, 그 중에서 솔직하게 개발을 잘 하는 편은 아니였습니다. 당시 강사님이 저보고 지금 그 상태라면 취업하기 어렵다...라고 하셨고 저도 딱히 반박하지 못 할 정도로 제 수준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도 될 것들을 이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난 절대 다음 파트로 넘어가지 않을거야! 하면서 시간을 좀 낭비했던 게 큰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랬던 제가 지금은 개발 천재가 되었습니다...라는 스토리라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건 아니구요. 근데 사람이 태어날 때 밥 숟가락 하나씩은 물고 태어난다더니 그 반에서 제가 한 두세번째로 취업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여름 내내 프로젝트 한다고 주말도 없이 했던 보람이 있구나~ 취업이 되긴 되는구나~ 신기했어요. 근데 기쁨도 잠시, 갑자기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나 리액트 안 해봤는데.. 스프링부트 아직 어려운데.. 쿼리 짜는거 기초 수준인데..
취업을 하고 나서도 걱정이 태산이였습니다. 이런 실력으로 개발자를 하겠다고 왔어? 당장 나가! 하면서 일주일만에 쫓겨나는 상상도 했을 정도니까요. 출근 첫 날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데 제가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입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던 게 생각이 나네요..근데 그러기에는 또 소심하기도 하고, 일주일 정도는 적응 기간이라 생각하고 다녀보자 하고 갔던 회사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빨리빨리 해내! 가 아닌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에 매달려서 해결해보는 시간을 주는 팀 문화였거든요. 리액트로 토이프로젝트 같은 걸 하면서 낯선 세상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병아리 개발자였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다들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건데 알아듣지를 못해서 다이어리에 모르는 키워드를 적어놨다가 나중에 구글에 검색해보곤 했어요. 그렇게 구글과 친해지고, 스택오버플로우와 친해지고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3개월이 지났고 이런 저런 작은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무사히(?) 수습 기간이 끝났습니다. 이때부터는 뭔가 성과를 보여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근데 저는 웹 개발에는 그때까지도 큰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iOS 개발에 비해 흥미도 떨어졌구요. 고민의 길이 시작됐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어요. 그때 신기하게도 터닝포인트와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회사에 iOS 개발자 자리가 공석이 된 것이예요. 회사에서는 계획대로라면 후임 앱 개발자를 뽑으려는 것 같았는데, 무슨 용기가 나서 그런지 제가 하고 싶다고 팀장님께 말씀드리게 되었고 그렇게 이제 이 자리는 제껍니다^^ 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어요. stack view는 체감상 100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맘처럼 안 되는건지...왜 저기로 삐져나가는건지... 왜 엉망진창으로 나오는건지... 6시 정시 퇴근을 하면 오늘은 일찍 간다 생각이 들 정도로 늦게까지 남아서 안 되는 거를 하고 또 하고 처음에는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괜히 한다고 했나.. 근데 내가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꿋꿋하게 버텼습니다.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절대 이해 못 할 것 같았던 코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대충 어떻게 하면 되는 거구나 감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iOS 개발로 전향하게 되었고 기존에 하던 자바 개발보다 만족도는 훨씬 높습니다! 저녁이 없는 삶으로 쟁취해서 그런지 언어에 대한 애정도 많이 생겼고, 무엇보다도 개발이 재밌다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자기효능감, 성취감, 뿌듯함. 개발을 하면서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었어요. 일상 속에서 핸드폰을 쓰면서 어플에서 예쁜 화면, 신기한 기능들을 보면 예전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인데 지금은 와 이거 어떻게 만든거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동시에 드는 생각은 세상에 정말 잘 하는 사람들이 많군)
사실 그냥 일이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진득하게 파고들어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좋게 말하면 집요함,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건지,, 아직 많은 걸 해보지는 못해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말에 올 한 해도 개발이 무지 재밌었어요! 라고 쓸 수 있기를 바라며 다가오는 해에는 더 나은 개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호두빵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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